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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Garota De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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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가지 풍경. 싸가지 없는 후배를 놓고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왈가왈부 말이 오갔다. 일은 경력에 비해 잘 하지만 '조직용'이 아닌 '알바용'의 마인드를 갖고 사는 폐쇄적인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내 경험상 '싸가지가 없다'고 존재증명을 하는 것은, '인간의 예의를 못 가지고 있어 죄송하다'는 양해의 표현이다. '나 원래 그런 사람이니 건드리지 마쇼'라는 유아독존의 생존법을 민폐 끼치며 주장하라는 게 아니다. 싸가지가 없으면 미안해서라도 없는 만큼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여차저차 '짱'급에 오른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요근래 입사한 세대가 그런 건가?"라고 물으니 여기저기서 동의의 발언이 나왔다. 조직의 안녕을 위해 '내가 못된 말 하는 나쁜 년이 되겠다'고 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돌려보며 메릴 스트립의 '연륜이 너무 넘쳐서 재수없는' 상사 마인드를 본받겠다고 했다. 또 하나. 이모가 나이 들어 취직을 못한채 자기 카드로 명품만 사재기하는 딸을 구제해달라고 도움 요청을 했다. 오래전 '일진'이었던 사촌동생이 정학을 맞고 돌아왔을 때, 그 아이 앉혀놓고 말 들어주며 타일러줬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촌동생은 더이상 어린 10대가 아니었다. "청년실업자가 넘쳐나는 시대에 백수인 게 죄야? 나라의 잘못이잖아!"라고 어디서 주워들은 말을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이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고집의 방어벽을 이미 겹겹이 싸놓은 상태다. 생존하기 위해 싸가지를 버렸다. 어린 애들과 대화하기를 포기할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자다가 눈을 떴더니 중딩 세 명의 대화가 버스 안을 시끄럽게 채우고 있었다. '오빠가 너무 말라서 걱정돼' '약이라도 해 보낼까봐'라는 호들갑에 잠시 집중해보니, 이런, '신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라디오 소리마저 잡아먹은 빠순이들의 생생 토크가 너무 괘씸해서 내릴 때 살기등등한 눈빛 한번 날려줬더니 '흠칫' 놀라더라. 내리기 무섭게 뒷다마를 깠겠지만.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서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어른들의 권위가 사라져서 공공의 예의도 휘발된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이제 권위 복구에 힘써야 할 것인가. 진짜 연륜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줘야할 것인가. 그에 앞서 다짜고짜 호통의 불벼락으로 '무서운 30대'로 변해야 할 것인가. 30대 넘긴 어른들이 아직도 애들 노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것들이 어른들을 우습게 보는 것인가. 자격지심과 어른으로서 책임감이 스멀스멀 마음을 장악했다. 씨바, 앞으로 본때를 보여주마. 진짜 '비치(bitch)'가 되겠다. 그리고 예매를 해둔 <해피 고 럭키>를 보러갔다. 홍보문구만 보고, 조증에 걸린 언니가 아무 생각 없이 웃겨주는 영화일 거라 넘겨짚었다. 그러나 마이크 리는 역시 마이크 리였다. <해피 고 럭키>의 주인공 포피는 30대 초등학교 교사다. 그런데 여전히 친구들과 밤새도록 클럽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집에 두런두런 앉아 대마초 피우며 웃어댄다. 그녀의 인생관은 되도록이면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특별한 삶의 기준을 정해놓지 않고 제일 친한 친구와 인생을 공유하며 방긋방긋 웃으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4차원이라든가, 미치년 널뛰는 조증 퍼포먼스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교사를 하면서도 에스닉한 패션을 고수하고 농담으로 점철된 대화를 즐기며 '나는 운이 좋아'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오지라퍼'일 뿐이다. 그리고 포피 주변으로 여러 종류의 '어른들'이 지나간다. 고지식하고 책임감 강한 운전 강사는, 알고 보니 나라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토로하는 과대망상 인종차별주의자다.(<네이키드>의 데이비드 튤리스가 그대로 늙었다면 됐을 법하다) 스페인에서 이민와서 플라멩고를 가르치는 선생은 누구보다 멋지게 플라멩고의 철학을 가르치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자신의 처지를 상기하고 울컥 울분을 토한다. 결혼 후 임신한 동생은 살갑게 대화를 하다가 '내가 안정적인 길을 택해 우습냐'고 버럭 히스테리를 부린다. 영화속 여러 사람들은 어른으로서, 특히 선생으로서의 균형있는 삶을 완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시시때때로 '인지상정'의 상황이 끼어든다. 공과 사를 뚜렷하게 구분해야함에도,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이 발끈하고 마는 순간이 닥친다. 어른 매뉴얼대로 살기에는 개인적으로 쌓아온 비하인드 스토리가 너무 많다. 누구든 우아한 어른이 되는 건 쉽지 않은 것이다. 이 중에서 포피의 삶이 '타의 모범'이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녀는 억지로 어른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저 주어진 일을 즐겁게 해나가며 겸손하게 남의 말을 들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들은 웃고 사는 포피가 '생각없이 살고 있는' 존재로 낙인찍으며, 그녀의 자유에 대한 '질투'와 정해진 어른의 길(결혼, 부양 등등)을 외면한 데 대한 '비난'의 눈초리를 동시에 품는다. 이래저래 사람들의 각종 리액션을 경험한 후 포피는 친구와 강에서 보트를 타면서 '어른이 되려면 갈 길이 멀어'라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친구에게 실없이 웃으며 말한다. "너는 계속 노를 저어. 나는 계속 웃을 테니까." <해피 고 럭키>는 해피 바이러스 원맨쇼가 아니다. 30대를 통과하고 있는 싱글 언니들을 위한 '마음의 소리'에 가깝다. 웃음과 감동 대신, 오히려 '어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싸안고 나와야 한다. 세상의 사람들과 어떻게 공존하는 게 어른스러운 것일까. 그리고 나는 '비치'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수정했다. 너무 쉽고 안일한 길이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파괴하는 길이었다. 더 안일한 길은 사회에서 만들어 놓은 30대 롤모델(결혼, 적금, 직업, 태도)에 자연스럽게 합류하는 것이다. 그 인생이 싫어서 극단적으로 거부하다보니 30대 싱글 언니들이 '어른 되지 않을래' '철들지 않을래'라며 징징대다가 결국 항복하고 '공무원이나 될걸'이라며 반농담 후회를 토로하곤 한다. 문제는 이게 그냥 세대의 개인적인 문제로 끌날 줄 알았는데, 막 사회에 진입한 어린 애들의 '롤모델'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아이들이 지금 '어찌됐든 돈이 최고'라며 일만 하는 기계들로 변해가고 있다. <해피 고 럭키>의 포피와 친구들이 잠시 요즘 아이들에 대한 한탄을 하는 부분이 있다. 날씨 좋은 주말에 놀러 나가지도 않고 집에 틀어박혀 플레이스테이션만 하는 애들을 걱정하는 장면이었다. 나를 비롯한, 좀 놀았던 언니들은 아마도 '바깥세상'과 '의리'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가 될런지도 모른다. 무한경쟁, 비정규직, 청년실업을 통과한 어린 아이들은 마음 놓고 놀기위한 여유와 열정이 별로 없다. 패거리 문화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는 여러 버라이어티 쇼의 범람, <베토벤 바이러스>와 <바람의 화원>에서 부각되는 '선배이자 스승'의 이미지는 그 '상실'에 대한 판타지를 반영하고 있을런가. 옛날사람, 요즘사람 함께 모여 어른의 모습을 찾아가면 좋으련만. '88만원 세대'는 어느새 희망찬 투쟁의 단위가 아니라, 경제위기와 맞물려 피해무의식으로 점철된 패배주의적 변명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안 읽고 주워들은 아이들의 경우가 대개 그렇다) 거창한 말이나 '함께 잘해보자'는 공수표를 남발하고 싶진 않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내 할일을 '똑바로'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가다보면 내가 만드는 어른의 상도 보이겠지. + 원래는 명랑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또 우울해져버렸다. 이 유머고갈 고난의 언덕을 넘으면 '유레카'의 단계가 되리라는 밑도 끝도 없는 낙관이 있다. + <아멜리에>급 홍보문구들, 확실한 낚시. + 살짝 고백하건데, 사실 포피가 받는 리액션을 조금씩 받고 산다. 좀 진지해지라는 둥.(게다가 허리 아픈 것까지) 정자세로 앉아서 조근조근 말해야지만 진지한 건 아니잖아? 사람이 좀 좋게 말할 때 알아들으면 안되겠어? + 클럽 첫장면. 갑자기 펄프의 '디스코 2000'이 흘러나와 가슴이 화들짝. 허리가 아픈 건 춤 춘지 오래되서인지도. 이제는 같이 모여 클럽에 가진 않지만 차타고 주말 마다 놀러다니고 있으니, 친구들아, 너무 고마워. |